주말,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니 짭짤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오늘만큼은 복잡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푸른 바다가 펼쳐진 해변을 거닐며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서울에서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도착한 해변은 눈부신 햇살 아래 반짝이는 윤슬로 가득했다. 드넓은 백사장에는 부드러운 모래가 발밑에 포근하게 감겼고, 잔잔한 파도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밀려왔다 부서졌다. 신발을 벗어 들고 맨발로 모래를 밟으니,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해변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른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햇빛에 반사되어 다채로운 푸른빛을 뽐내는 바다는 마치 살아있는 듯 끊임없이 움직였다. 때로는 잔잔하게 속삭이는 듯했고, 때로는 힘찬 기세로 하얀 파도를 일으키며 포효하는 듯했다. 수평선 너머로 아련하게 보이는 섬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왼쪽으로는 다양한 모양의 조개껍데기와 작은 돌멩이들이 흩어져 있었다. 꼼지락거리며 모래 속을 파고드는 작은 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연인들은 손을 잡고 해변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담갔다. 차가운 바닷물이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느낌이 상쾌하게 다가왔다. 눈을 감고 파도 소리에 귀 기울였다.쏴아- 쏴아-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도 소리는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자장가 같았다. 복잡했던 머릿속은 점차 텅 비워지고,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해졌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하늘은 붉은색과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바다 또한 붉은 노을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났다. 황홀한 석양 아래 해변은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로 가득 찼다. 붉게 물든 하늘과 잔잔한 파도 소리, 그리고 따뜻한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벤치에 앉아 붉은 노을이 바다 속으로 완전히 잠기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하루의 피로가 노을빛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해변에는 잔잔한 파도 소리만이 남았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집으로 향했다.
바다가 보이는 해변을 산책하는 주말 오후의 여유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상으로 돌아가 또다시 바쁜 하루들을 보내겠지만, 오늘 해변에서 느꼈던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기억하며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주말에도 어김없이 바다를 찾아 এই 여유를 다시 한번 만끽하고 싶다.